![[까라면 까야한다! ] 마늘까기!!!오늘은 토요일 진료가 없어 자유로운 날이다. 아침 운동 다녀와 좀 쉬려고 하는데, 마늘 까는 일이 나를 붙잡는다. 아내는 보통 이런 일이 있을 때 의당 해야할 일로 여겨 의례 "...](https://img3.findhealthclinics.com/181/176/1002623881811766.jpg)
17/08/2024
[까라면 까야한다! ] 마늘까기!!!
오늘은 토요일 진료가 없어 자유로운 날이다.
아침 운동 다녀와 좀 쉬려고 하는데, 마늘 까는 일이 나를 붙잡는다.
아내는 보통 이런 일이 있을 때 의당 해야할 일로 여겨 의례 "이것 좀 까줄래요!"하면서 은근 push하는 식으로 나왔었는데,
내가 운동 후 피곤한 나의 기색을 알았는지 "배추김치 만들건데 좀 까줄래요?" 라고 하면서 슬쩍 들이민다.
목소리가 나긋하고 애교적이라 응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덜미를 붓잡히게 된다.
이로인해 하루 일과 중 호젓함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나의 휴식 시간은 마늘까기로 무산되어 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 하나가 마늘까는 일이다!
작은 알맹이를 잡고 껍질을 벗겨내는 일이 손이 어설퍼서 그런지 자꾸 어긋나가 어그적 거리고 더디기만하다. 더군다나 나이들어 시력이 원시가 되어 미세한 껍질 분리면이 눈에 안보여 더욱 힘들고 칼날이 손 바닥을 후벼파기까지 하여 손바닥이 흠집나게 된다. 흠집난 손바닥 사이로 마늘 진액이 스며들어 무척 쓰라리고 아프다...
마늘을 까면서 마늘 중에 한국산 육쪽 마늘이 왜 좋다는 것인지 절실하게 체감하는 중이다!!!
왠 잔챙이들이 이리 많은지! 한 통당 열에서 열 두 개의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잔 손질이 필요하고 한층 더디기까지 한다. 아마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여오는 마늘이 아닐까 한다. 작은 조각들은 버리자니 아깝고...더디기만 하여라!
옷을 벗기거나 사과 정도 깍는 일이라면 아주 날래게 잘 벗길 수 있겠는데, 이 놈의 마늘 벗기는 일은 쉽지가 않다.
겉 껍질은 그런대로 잘 벗겨지는데, 속 안 얇은 투명막은 딱 말라붙어 떨어지질 않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기까지 한다.
나에게는 이런 자잘한 일보다 차라리 장작 패는 일이 더 심성에 맞다!
마늘껍질을 까는 일은 자질구레한 일이라 생각되어 가치와 동기부여가 안되다보니 더욱 짜증이 난다.
하지만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이런 일을 도맡아 해 온 안방 살림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했던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청소하고 잔디 깍고 장작 패고 집수리하는 바깥 일도 중요하겠지만
기실 가정 살림 중에서 음식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터인데 말이다.
마늘 진액이 손가락에 묻어 스며들어왔는지 손가락이 칼로 베인 것처럼 쓰라리고 아파온다.
물로 닦아내고 씻어내도 그 쓰라림은 여전하다. 진액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와서 일 것이다.
하! 마늘 진액 성분이 얼마나 강하고 독한 것인지 실감하게된다.
이 마늘 진액의 강한 성분은 음식의 나쁜 냄새와
사특핱 기운을 물리쳐준다! 특히 육류를 요리할 때 함께 쓰면 육질을 훨씬 부드럽게 해주고 동물성 냄새를 제거해 줄 뿐만아니라 소화도 잘 되게 도와주어 입맛을 한층 돋구어 준다.
그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과 끈기력과 솟구치는 강한 힘의 원천이 되어 주기까지 한다.
어떤 음식이던간에 마늘이 들어가면 그 맛을 더욱 살아나게 해 준다!
마늘은 식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요긴한 식자재이다.
그런 마늘까기를 소홀히 여기고 나태하게 대했던 나 자신의 안이함을 꾸짖어 본다.
앞으로 마늘은 힘들더라도 줄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열심히 까야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해 본다.
한 통 10~12조각 들이를 까는데 5분 걸리고 도합 20통 까고나니 무려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까고나니 허리
도 아프고 다리도 뻣뻣하다.
힘들었지만 다 까고나니 작은 성취감 완성감에 뿌듯하기까지 하여 야호!를 크게 외치며 손바닥을 털었다.
보람찬 하루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