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07/2025
PGAD(지속성성기흥분장애), 이것은 성적 쾌락이 아닙니다. 고통입니다.
PGAD(지속성성기흥분장애)는 한마디로 괴물 같은 질환입니다. 코로나 기간동안 우리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사회생활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며 친구를 사귀고 규칙에 적응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소중한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람을 사귀거나 대인관계를 맺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게 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보다 더 큰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청소년도 있는데요. 잠들지 않는 성기의 이상감각과 흥분으로 인해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없으며 자위를 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이 자극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이 힘든 과정을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밝게 뛰어 놀 수 있는 삶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남성의 페이로니 병이나 여성의 질경련, 선천성신경증식성 유발성전정통과 같은 어려운 질환들도 이제는 많은 성의학자들의 노력과 성의학 발전의 도움을 받아 치료되고 극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PGAD도 이제는 치료되는 질환의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다음은 PGAD로 고통받는 청소년의 실제 사례와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글을 통해 그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1/10 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PGAD: 존재의 고통 (한 청소년의 고백)
PGAD는 "지속성 생식기 흥분 장애"입니다.
'지속성'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고, '장애'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흥분'이라는 단어입니다. 대부분 이 단어에서 멈칫합니다. 보통 흥분이라 하면 성적인 쾌락을 떠올리니까요. 하지만 제게 PGAD는 성적 쾌락이 아닙니다. 그냥 고통입니다.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무합니다. 여성은 자신의 성을 탐구하면 '음란하다'고 비난받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죠. 이런 모순된 성 인식이 여성 PGAD 환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줍니다.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벌을 받는 건 아닐까 하고요.
간단히 말하면 PGAD는 내 몸이 스스로 나를 성추행하는 느낌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어릴 때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PGAD 증상은 마치 그때의 트라우마를 매 순간 다시 겪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이 질환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농담처럼 "그거 좋겠다", "내 아내가 그랬으면 좋겠네"라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더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일을 고백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농담이라니요.
저는 자해도 했고, 심지어 유튜브에서 PGAD 환자를 조롱하는 영상을 보고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남는다면, 어린아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 분노, 두려움 같은 모든 신경 자극에 의해 악화됩니다. 심지어 끔찍한 범죄 이야기를 듣고 공포를 느껴도 생식기 흥분이 일어나죠.
PGAD는 결코 성적 흥분이 아니라 신경계의 고통입니다.
이 글은 PGAD 증상을 겪은 한 미국청소년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수적인 한국의 문화에서 여성의 성기가 저절로 흥분된다는 사실은 말할 수 없는 당혹감과 수치심을 안깁니다. 심지어 이 질환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의료진조차 “누구는 불감증 때문에 고통받는데 이 증상이야 말로 더 좋은게 아닌가? “라는 말로 환자를 두 번 죽이는 말로 상처를 줍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누구에게도 쉽게 증상을 털어놓지 못하고 사회에서 격리되며 우울증에 빠지곤 합니다.
아직 국내에도 수 많은 PGAD 환자들이 쉽게 증상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우울과 불안속에서 자살충동을 느끼며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겪어 보지 못한 상대방의 고통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성이 다른 이성의 질환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는 드문 PGAD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여성성의학 클리닉으로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이 질환이 ‘괴물’ 같은 불치의 병이 아닌 치료하면 완치되거나 증상이 개선되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숨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