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1/2024
진료실 소사 #43 판피린 자꾸 먹어도 되나요?
할머니 : 판피린 자꾸 먹어도 되나요? 머리가 조금만 아프거나 감기기운이 있으면 바로 판피린을 먹어요. 집에 몇 박스씩 사두고 하루 두 세병씩 먹는데 아무래도 이거 중독 같아요.
저 : 어디 보죠. 판피린, 한번 찾아봅시다. 이름이 판피린 큐 액이군요. 아세트아미노펜 300mg, 무수카페인 30mg, 구아이페네신 42mg, 클로르페니라민 2.5mg, 메틸에페드린 18mg, 티페피딘 10mg, 그리고 맛과 향을 내기위한 여러 첨가제가 들어있네요. 각각 두통, 진해, 거담, 항히스타민, 충혈완화, 기침억제 등의 효과를 내는 물질들인데, 중요한 건 전문 의약품에 비해 용량들이 적다는 점입니다. 즉 의사들이 처방하는 감기약 보다 약하다는 말씀입니다.
잠시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예전 어느 회사에서 체중감량약을 개발했어요. 약효를 알아보려고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몇 개월동안 진짜약과, 또 다른 똑같이 생긴 가짜약을 주었답니다. 그 결과 진짜약을 먹은 그룹에서 평균 6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진거예요. 그런데 가짜약을 먹은 그룹은 어찌 되었을까요? (환자분: 살이 안빠졌겠지요) 허허 가짜약 그룹에서도 4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졌어요. 살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 그걸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죠. 그건 나쁜 효과가 아니예요. 약의 효과에 더불어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니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답니다.
판피린 이야기 계속 할게요. 전문의약품으로 이루어진 감기약보다 함량이 적으면서도, 잘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먹는 판피린이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예요. 약의 함량이 적으니 몸에 이상반응도 적게 나타나겠죠? 지금처럼 하루 한 두병, 또는 세병 정도 드신다면 몸에 이상을 주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약이니까, 진짜로 몸이 안 좋을 때만 드셔야지, 안 아픈데도 판피린 뚜껑을 돌리신다면 그건 중독으로 가는 거예요. 가끔씩만 드시기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