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024
어제 접수대에서 약간 이상한 낌새가 들어서 나가봤더니 웬 외국인 한 명이 어눌한 한국어로 뭔가를 설명중이었다.
일단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상대방의 영어는 나보다도 훨씬 짧았다.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핸드폰의 번역기를 써가며
대화를 해보았는데, 본인은 러시아인.
친구는 우즈베키스탄인인데,
친구는 2017년에 한국에 입국했고 지방 모 소도시에 사는데
이미 비자는 만료, 어떤 ID나 신분 증명도 없는 불법체류자 상태.
그래도 우즈벡에 돌아가는 것 보다 한국있는게 좋다고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 친구가 2달 전부터? 복통, 설사, 혈변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가 게이에 버텀이란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성병검사를 했다는데 성병은 아니었고,
안산에 있는 외국인 진료하는 병원에서 내시경(인 것 같다)을 해보니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했단다.
ID도 보험도 없는 신세라 양방치료를 할 수도 없고,
또 서양의학으로 치료 안되는 것은 찾아서 알고 있다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탔다고 보여주는데
전부 치질약이었다. 아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듯.
그래서 어떻게 우리 한의원을 찾아온 것.
이전에도 외국인 환자를 치료한 적이 제법 있는데,
대부분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이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배우자가 한국인이 아니고,
상대방이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어서 문진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새삼 문진이 얼마나 고도로 세밀한 작업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이 친구가 온다고 해도 과연 제대로 의사소통이 될지부터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예약하고 가더니 조금있다가 다시와서 예약을 취소했다.
한의원을 찾아온 친구가 처음에는 진료비를 대려고 했었는데,
환자 본인이 거부한 것으로 보였다.
사정이 많이 딱하면 치료비를 좀 할인해줄 생각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환자에게는 좀 부담스러웠나보다.
예약을 하러온 친구는 상당히 많이 아쉬워하며 돌아섰는데....
생각보다 영화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도 많이 놀라웠고,
대한민국에 이런식으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도 좀 놀랐다.
오랜만에 여러가지 많이 생각하게 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