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2016
베이 동생은 하늘을 보고 태어났습니다. 그래도 베이 덕분이에요
정말로 첫째 난산을 이겨내면 둘째는 선물처럼 잘 출산되는 경우가 많다.
2박 3일에 걸쳐 첫째를 속된 말로 죽을 고생하면 낳고나면, 둘째는 내가 이렇게 출산에 적합한 사람이었나 싶을만큼 짧은 시간에 태어나게 된다. 그렇기에 아마 차량에서 출산을 하게 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초산모보다 경산모일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둘째가 쉽다고 하더라도, 나의 첫째 출산이 어려웠던 산모들은, 본인의 현재와 같은 얕은 진통으로는 절대 아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그 와중에도 첫째 때 이미 한번 열려본 적이 있는 자궁경부와 늘어나 본 적이 있는 골반의 근육과 인대들은 1년전이던, 2년전이던 있었던 그 때의 변화를 각인이라도 된 듯이 기억하여 순식간에 그 모든 변화를 한꺼번에 일어나게 한다.
베이네...
첫째아이 베이는 2박3일에 걸친 진통 끝에 3.48kg로 태어났다. 지나치게 좁고 납작했던 골반때문에 내려오기도 오래걸리고 열리기도 오래걸렸다. 무통주사를 맞을 생각보다는 더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두 부부가 모든 과정을 함께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힘든 일이었다. 아이는 심한 태변 착색이 되어 나왔고, 호흡은 잘 했지만, 납작한 골반을 통과하느라 쇄골 골절이 된 상태로 태어났다. 아이는 한동안 골절이 된 쪽으로는 눕힐 수가 없었다. 물론,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 골절이 되어도 쉽게 붙는다고 하고, 분만 도중에 쇄골 골절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째서 그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가올 수가 있을까...
둘째...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나는 10월의 분만 예정일 산모 이름에 베이 엄마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분명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 분명한 것은 필자가 이름과,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산모는 뭔가 힘들었던 산모라는 것...) 그런데 분명 내가 기억하고 있는 베이 엄마가 맞았다.
' 원장님... 너무 고민이 많으셨대요. 첫째 때 쇄골이 부러졌었잖아요. 많이 오래 걸렸고... 그래도 일부러 온 것 보면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요...'
베이 엄마의 담당 조산사였던 최진미 선생님이 전해줬던 이야기였다.
진짜 그랬을 것이다. 자연출산으로 난산을 극복했지만 그 출산의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폭력적인 분만이 상처로 남는 것 이상으로 난산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힘듦은 두고두고 머리속에 각인되어 좀처럼 다른 기억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둘째는 이른 시기에 진통이 시작되었다. 37주에 시작된 진통, 예상대로 진행은 무척 빨라 순식간에 자궁 입구는 다 열리고 아기 머리가 내려오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산모의 허리는 점점 더 아파지고, 아기의 머리는 더 이상의 진행이 없다. 진통은 2분 간격으로 오지만, 내려오지 않는다. 내진해 보니 어째 하늘을 보고 있는 것( persistent occiput posterior position, POPP)같다. 왜 하필.... 네가 POPP 냐... 왜 하필... 둔위보다 더 드물고 절대로 아기가 분만될 수 없다고 믿어질만큼 어려운 POPP가 왜 하필 너니...
'눌러서 아기 낳을께요... 도와서 아기 낳아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는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그 동안 운동했던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집중해서 한번 아기를 밀어보자... 집중해야 한다. 그 방안에는 순식간에 모든 조산사들이 다 들어와 응원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 해 보자...
한번, 두번, 자궁저 압박을 할 때마다 내려가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기는 짐작했던 것처럼 하늘을 보고 나왔다. (POPP등의 내진 소견은 100% 정확하게 알수 없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짐작', 혹은 '추정'으로 기록한다)
3.18kg, 37주0일로 보기에는 뭐 약간 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이다.
역시... 아기들은 본인이 나올 길목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더 커지면, 본인이 태어나기도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엄마가 준비되어 있다면 말이다.
'쇄골은 괜찮겠죠?'
'네... 괜찮을거에요. 걱정마세요. 많이 다치지도 않았고,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잘 출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 많았던 둘째의 출산
고민 많았던 임신
다시 겪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진통 시간들
흔히들...
뭐하러 미련하게 라며 우리를 우둔한 사람들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힘들어도 견디고 나면
둘째는 선물처럼 이렇게 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적어도 그런 이들에게
둘째 출산은
첫째를 낳으며 이겨낸 그 고통과 인내의 시간에 대한
그보다 더할 수 없는 보상이며
다시 받아보기 어려운 선물인 것임을...
그래서... 첫째와 둘째는 모두 엄마 아빠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첫째 덕에... 부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부가 되었고
첫째 덕에... 아이의 고통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런 첫째 출산의 트라우마를 둘째가 태어나며 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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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 엄마를 비롯해서...
연앤네이쳐에서 정말이지 고생고생하며 뭐하러 그렇게 출산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던 산모들이 여러명 될 것이다. 이런 엄마들 중 참으로 많은 분들이 둘째 때도 다시 연앤네이쳐를 선택했다. 여름이네, 하이네, 가은이네, 가영이네, 리우네... 등등... 정말로 많은 가정들이 고생스러웠던 첫째 출산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둘째도 이곳에서 베이 엄마처럼 치유의 출산을 경험하고 간다.
적어도.. 그러기에 '뭐하러 미련하게'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우리가 속해 있는 연앤네이쳐라는 공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쉽게 제왕절개를 결정하고, 긴 회복시간을 거치고 또 둘째도 제왕절개로, 세째도 제왕절개로, 같은, 혹은 더한 아픔을 본인들 몸에 새겨넣는 것보다는, 아기가 괜찮다면 본인을 위해서도 아기를 위해서도 조금 견디고 출산의 시간을 인내해 보는 것이, 훨씬더 영악한 일임을 모두 다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by Dr.Park